“어차피 사무실에서 쓸 건데 예쁘고 가벼울 필요 있어? 튼튼하고 성능 좋은 게 최고지.”

업무용 노트북에 대한 통념에 HP가 도전장을 냈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공개한 새 비즈니스 노트북 ‘HP 엘리트 드래곤플라이’가 무기다. 1㎏이 안 되는 초경량이면서도 프리미엄급 사양을 장착한 투인원 PC(노트북이면서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는 PC)다.

HP는 이번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메가트렌드를 주목했다. 세계에서 가장 젊고 소비력이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HP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엔 현재 전체 근로자의 50% 안팎인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75%로 늘어난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을 의미한다. 일하는 여성 비율도 50% 선까지 높아진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PC 시장의 주류가 된다는 의미다.

990g 초경량·24시간 지속 배터리·접으면 태블릿…HP가 제시하는 '업무용 노트북의 미래'
알렉스 조 HP 퍼스널시스템 부문 사장(사진)은 “2020년 이후의 업무 환경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and(그리고)’”라며 “일과 가정, 이동성과 안정성, 편안함과 보안 등을 한번에 충족시키는 PC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선보인 HP 엘리트 드래곤플라이는 시장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제품은 13.3인치 크기에 0.99㎏으로, 동급 업무용 노트북 중 가장 가볍다. 2테라바이트(TB) 저장 공간을 갖췄고 배터리도 넉넉하다. 최대 24시간 동안 전원 연결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와이파이6’를 지원해 이전 제품보다 인터넷 속도가 세 배 빠르다.

외관에도 신경을 썼다. 얇고 가벼운 디자인에 보는 각도에 따라 본체 색깔이 바뀌는 ‘드래곤플라이 블루’를 채택했다. 13.3인치 화면 외관으로 화면의 비율이 프레임의 86%를 차지한다.

동시에 견고함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마그네슘을 통으로 깎는 ‘CNC 가공’으로 몸체의 내구성을 높이면서도 1㎏ 미만 무게를 유지했다. 일반적인 책상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노트북이 손상되지 않도록 76㎝에서 떨어트리는 테스트를 26번 했다. PC에서 작업 중인 내용이 주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비주얼 해킹’을 막기 위해 프라이버시 스크린 기능인 ‘슈어뷰 3세대’를 적용했다. 보안필름을 따로 붙이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모니터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다.

노트북을 반대로 접으면 태블릿이 된다.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고 펜으로 화면에 글씨와 그림 등을 그릴 수 있다. 노트북에 내장되지는 않지만 펜 표면에 자석이 있어 노트북 몸체 어디든 붙일 수 있다. 조 사장은 “소비자 조사에서 얇은 펜보다는 묵직하고 적당한 두께가 있어 그립감이 좋은 펜을 선호한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노트북에서 더 정교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PC를 사용하는 동안 사용자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워크웰’도 눈길을 끈다. 사용자의 근무 패턴과 생활 방식 등을 딥러닝으로 분석,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휴식과 가벼운 운동을 유도하는가 하면, 사용자에게 맞는 건강 습관을 제안해 업무와 일상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노트북 시장에서 HP의 점유율은 신통찮다. 조 사장은 “점유율이 낮다는 것은 올라갈 여지가 크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최신 기술에 민감하고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한국이 HP와 함께 혁신을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