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독감백신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독감백신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예방접종 시즌을 맞아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본격적인 유통에 들어갔다. 내년 초까지 국내에 약 50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량)의 독감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스카이셀플루는 국내 유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다. 최첨단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돼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가 불필요하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좀 더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유정란 백신 대비 생산 기간이 짧고 효율이 우수해 신종플루와 같은 독감 대유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이 유정란배양 백신에 비해 배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낮아 더 높은 예방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관리본부(CDC)가 2017~2018 시즌 독감백신의 상대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은 유정란 4가 독감백신보다 11%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2월 실제 유행하는 A형 H3N2 독감 바이러스와 배양된 백신 바이러스를 비교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세포배양 바이러스는 91%, 유정란배양 바이러스는 44%의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연구에서도 스카이셀플루 생산용 세포에서 배양한 독감 바이러스가 유정란 배양에 비해 유전자 변이 발생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정란과 스카이셀플루 생산용 세포를 활용해 각각 15회의 계대배양(세포 증식을 위해 새로운 배양접시에 옮겨 세포의 대를 계속 이어서 배양하는 방법)을 한 결과 유정란에선 총 세 군데에서 변이가 발견됐지만 스카이셀플루 생산용 세포에선 변이 발생이 없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연구조사 결과는 지난 6월 국내 인플루엔자 심포지엄인 ‘2019 KIWI’에서 공식 발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스카이셀플루의 세포배양 생산 기술을 글로벌 백신 기업에 수출했다. 기술 이전 및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5500만달러(약 1691억원)로 국내 기업의 백신 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올해 4월에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WHO PQ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백신의 제조 과정, 품질, 임상시험 결과를 평가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PQ 인증을 획득한 업체에 한해 유니세프(UNICEF), 범미보건기구(PAHO) 등 유엔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 중요한 허가 참고사항으로 인정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WHO PQ 인증을 기반으로 독감백신 국제 입찰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백신 전문기업이다. 국내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와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을 개발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