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방통위 '網 사용료 소송'에 쏠린 눈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오는 25일 나온다. 판결을 앞두고 국내외 통신사는 물론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콘텐츠공급자(CP)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에서 글로벌 CP의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이 일고 있어 페이스북이 패소하면 파급력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방통위 '網 사용료 소송'에 쏠린 눈
“CP도 통신망 품질 책임” 세계 첫 사례

이번 소송의 발단은 2016년 말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이 겪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접속 장애다. 동영상 재생 등이 안돼 통신사 고객센터 등에 이용자 불편 문의가 폭증했다. 2017년 초엔 LG유플러스 가입자가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방통위가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 경로를 홍콩 미국 등으로 우회해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통신망 이용료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접속 경로를 바꿨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작년 3월 페이스북에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은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은 비교적 미미한 벌금이다. 그런데도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제재는 통신망 품질관리 책임이 통신사뿐만 아니라 CP에도 있음을 규정한 세계 첫 사례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이 망 품질관리 책임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같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페이스북은 물론 구글 넷플릭스 등 다른 CP들도 통신망 품질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사 협상력 높이는 계기 될 것”

과거 통신망 품질관리는 온전히 통신사의 몫이었다. CP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네이버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 CP가 엄청난 트랙픽을 발생시키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통신사가 아무리 비용을 들여 통신망 관리에 만전을 기해도 트래픽이 폭증하면 속수무책이다.

이를 감안해 CP도 일정 수준의 통신망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네이버 등 국내 CP들은 자사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일정 수준의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네이버 등과 달리 구글 등 글로벌 CP들은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이용료를 전혀 또는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통신사들은 법적 근거 부재와 관할권 등의 문제로 글로벌 CP와의 협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방통위가 승소하면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 협상에서 유리하게 쓸 실효성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기면 글로벌 CP의 횡포를 막는 새 역사를 쓰는 셈”이라며 “통신사가 CP와 통신망 구축 비용을 분담하면 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통신료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