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문으로 범인 잡는 'CSI 수사반장'…현실에선 '하늘의 별 따기'
과학수사물을 보면 범죄 현장에 남겨진 쪽지문 한두 개로 범인을 잡아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미국 과학수사 드라마 CSI 마이애미 ‘브로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에피소드엔 지문을 들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지문을 훼손한 뒤 만든 소아성애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학수사대는 퍼즐을 맞추듯 지문을 복원하는 방법을 동원해 범인을 찾아낸다.

현실은 영화와 많이 다르다. 흐릿한 지문 한두 개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현장의 지문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사례도 20% 안팎에 불과하다. 증거로서 가치를 지닐 만큼 선명하지 않아서다. 지문의 일부만 남아 있는 쪽지문의 경우 식별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

물건에 찍혀 있는 지문은 피부의 분비물과 땀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물이지만 염화물, 암모니아 같은 무기물이 일부 포함돼 있다. 당, 요소,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도 미량 섞여 있다. 이 같은 물질과 반응하는 물질을 활용해 지문을 채취하는 게 통상적인 지문 채취 방법이다.

과학계에선 지문 식별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엔 나노 입자를 활용한 연구들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바스티앙 모렛 스위스 로잔대 교수 연구팀이 대표적 사례다. 모렛 교수는 시약의 산성도를 조절하면서 나노 입자와의 인력에 따라 지문이 채취되는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산성도가 높아질수록 지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알렉스 고다르드 영국 레스터대 연구원은 원자력 현미경으로 금속 표면에 묻은 지문의 흔적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표면에 묻어 있던 지문을 닦더라도 땀과 분비물이 나노 수준에서 남아 있다는 게 고다르드 연구원의 설명이다. 증거품을 채집한 뒤 지문을 뚜렷하게 만드는 환경에 보관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인위적으로 지문의 흔적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문과 더불어 땀구멍 위치까지 파악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람의 손가락엔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정도 크기의 땀구멍들이 곳곳에 분포해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땀구멍 분포 패턴이 있어 개인을 식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종만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물과 반응해 색이 변하는 폴리다이아세틸렌을 이용한 필름으로 땀구멍 패턴을 측정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