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은 핵심 아닌데
전국민 감청·검열 가능해지는 게 본질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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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열 논란이 뜨겁다. 인터넷에 익숙한 2030 청년층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만 정작 정부는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해명만 내놓았다. 핵심 포인트를 놓친 탓이다. 정부는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감청·검열 악용 가능성"이 본질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불법 해외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을 검열하는 게 아니며, 차단 사이트 선정에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단 방식 역시 암호화되지 않은 통신정보를 열람하므로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해외 사이트 차단은 독립기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차단 대상 사이트를 선정하면 SK텔레콤·KT 등 통신사업자가 요청에 따라 이를 차단한다. 방통위는 이를 근거로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방심위는 상임위원 3인, 비상임위원 6인으로 이뤄진 독립기관이다. 하지만 3인은 대통령이 위촉하고 3인은 국회의장이, 3인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사실상 정부·여당의 입김이 작용하는 구조다.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방심위가 국가행정기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차단 방식도 문제다. 정부는 기존 DNS 차단보다 강화된 ‘HTTPS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기술을 적용했다. 정부 설명과 달리 SNI 패킷 정보를 열람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이 주고 받는 패킷을 열람하면 사생활 감시도 가능해진다는 이유다.

이해하기 쉽게 택배에 비유해보자. 기존 DNS 차단은 택배 상자를 훼손하지 않은 채 겉에 적힌 주소지만 보고 차단 대상인 곳으로 가는 택배 배송을 막았다면, SNI 필드 차단은 택배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내용물이 완충재로 감싸진 것까지는 확인하며 차단 대상 주소지로 가는 물건인지 검사한다.

정부는 내용물을 감싼 완충재까지 풀어보진 않겠다고 했지만, 상자를 연 이상 완충재를 풀어 내용물을 꺼내 확인하더라도 개인은 알기 어렵다. 누구나 테이프로 붙인 택배 상자를 받다가 1~2개 훼손된 상자가 나온다면 의심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열어본 흔적이 있는 상자를 받는 상황에서는 누군가 내용물에 손 댔더라도 눈치챌 길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택한 방식은 인터넷 검열을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검열을 하려면 프로토콜 분석기를 써야 하기에 비용과 수고가 늘어나 당장 이뤄지진 않을 수 있다. 단 기존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검열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진 상황이 바로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인권 의식은 과거와 달리 매우 높아졌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국가가 침해하는 것에도 반감이 크다. 서구 선진국들이 여전히 DNS 차단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HTTPS SNI 필드 차단을 할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가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부 편의보다는 개인의 권리 보장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개인적 정보와 사생활,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인터넷 자율성을 공권력으로 통제해선 안 되며 국민의 기본권 자유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한 6년 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발언처럼 말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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