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올해 증권을 시작으로 가상화폐, 보험,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금융기술) 분야 신규 사업 계획을 쏟아냈다. 네이버는 올해 7500억원을 라인에 투자했다. 라인이 투자를 확정한 금액은 외부 투자 유치까지 포함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단기간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했고 올해부터는 핀테크 기업이 규제에 상관없이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명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했다.
핀테크 발목잡는 한국 탈출…네이버, 日서 올해에만 7500억 투자
1년 만에 핀테크 사업 모두 구축

라인이 핀테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올해 1월이다. 금융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세우면서다.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내놓긴 했지만 기존 금융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법인이 들어서자 사업 확대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인은 3월 노무라홀딩스와 공동 출자해 ‘라인증권’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증권사는 일본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 내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7월엔 싱가포르에 가상화폐거래소 ‘비트박스’를 세웠다. 10월 자체 가상화폐 ‘링크’를 내놨고 같은 달 라인 메신저의 ‘라인보험’과 ‘라인스마트투자’를 통해 보험과 투자상품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달 13일에는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인 ‘라인가계부’를 선보였다. 27일 열린 ‘라인 핀테크 콘퍼런스’에서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손잡고 2020년 일본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 내년엔 대출 서비스인 ‘라인크레디트’를 내놓는 계획도 공개했다.

라인은 대만에서도 내년을 목표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라인은 핀테크 사업 전략을 모두 공개한 라인 핀테크 콘퍼런스에서 신임 라인파이낸셜 대표를 발표했다. 30년 이상 금융업에 종사한 미즈호은행 전무 출신인 사이토 데쓰히코가 라인의 금융 사업을 이끈다.

규제완화에 적극 대응

일본 정부는 라인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정비했다. 핀테크의 핵심인 인터넷은행을 2010년 처음 허용했고 2016년에는 금융회사에 대한 IT 기업의 출자 비율 제한도 완화했다. 지난해에는 ‘미래투자전략 2017년’을 발표하면서 핀테크를 5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를 풀고 있다.

올해부터는 핀테크 기업이 규제에 상관없이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금융당국은 핀테크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의 업권별 규제·감독 방식을 결제, 자산 운용 등 기능별 방식으로 개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간편결제 시장 확대를 위해 관련 결제의 5%를 소비자에게 환급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일본 정부가 규제를 대폭 정비하면서 라인이 핀테크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라인 메신저의 막강한 시장 점유율도 네이버가 일본에서 핀테크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요인이다. 라인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일본 7500만 명 등 세계 1억6500만 명에 달한다.

라인이 새로 내놓은 금융 서비스의 현지 평가도 나쁘지 않다. 라인스마트투자는 라인이 골드만삭스와 70억엔(약 693억원)을 투자한 일본 온라인 증권사 폴리오와 함께 내놓은 서비스다. 드론, 가상현실(VR), 반려동물 등 70여 개 테마를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테마를 정하면 전문가가 관련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다. 투자 정보가 부족한 이들도 관심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런 투자 방식은 일본에서 처음이다. 라인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와 500엔(약 5000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상품(라인보험)은 현지 보험업체인 재팬니혼고아와 손잡고 개발했다. 기존 보험상품과 달리 여행 스포츠 등 테마형 보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최한 행사의 악천후 시 보험, 변호사 상담 비용 보험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핀테크에 사상 최대 투자

네이버는 핀테크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9월 라인에 7517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라인은 외부 투자금까지 확보해 1조5000억원 정도를 핀테크 사업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또 일본을 시작으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라인 메신저 이용자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핀테크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텐센트(위쳇페이)와 손을 잡았다. 시장의 평가는 일단 나쁘지 않다. 네이버가 금융 사업을 강화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지난 1주일 새 20% 이상 올랐다. 도쿄증권시장에서 라인 주가도 최근 10일 동안 30% 이상 상승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