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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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행정부 서열 2위 국무총리와 게임업계가 만났다. 게임업계가 국무총리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자들을 초청하면서 28일 만남이 성사됐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비롯해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 이은석 넥슨코리아 총괄 프로듀서, 김건 넷마블몬스터 대표, 한성진 네시삼십삼분 대표 등 업계 관계자 16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자리했다.

오찬은 12시부터 80분간 이어졌다. 이 총리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발전한 것은 뛰어난 창의성과 기술력을 활용해 우수한 게임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게임이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만큼 게임산업이 커졌지만 각종 규제, 업계 내부의 양극화,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은 참석자 전원에게 발언 기회가 돌아갈 정도로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자리에 참석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총리께서 모든 참석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고민해주셨다"며 "게임산업 발전에 힘을 모아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산업 현황과 애로사항을 말하면 총리와 주무부처 관계자들이 답했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또 다른 한 참석자는 "전반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며 "총리께서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해주셔서 인상적이었다"고 귀띔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시장은 12조830억원이 예상된다. 2014년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후 4년만에 12조원 시장으로 몸집이 커졌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판호·版號)을 20개월째 차단하면서 새로운 판로 개척은 시급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신작 가뭄과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위험요소다. 게임업계가 총리와의 대화에 기대감을 드러낸 이유다.

게임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게임 셧다운제, 4대 중독물, 웹보드 게임결제 상한선 규제 등이 제정된 영향이다.

웹젠 오너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e스포츠협회장 출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블루홀 오너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이 전면에 나서면서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가 컴투스가 출시한 모바일게임 개발에 참여한 것도 한 몫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추가 규제만 논의되고 있어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한국게임학회, 한국인터넷게임PC문화협회, 디지털콘텐츠상생위원회 내부에서도 "서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이번 총리와의 만남도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의심이 많았다. 과거에도 비슷한 간담회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불만의 말들이다. 다만 총리와의 오찬에 참석했던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이번 만남은 확실히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총리와 만남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총리께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규제, 양극화, 부정적 인식 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라며 "관심을 넘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주시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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