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폭락, 거품 걷어내고 기술발전 꾀하는 계기 삼아야
[오세성의 블로소득] 가상화폐 '블랙프라이데이'의 두 가지 의미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업계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이했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요일 앞에 '검은(블랙)'이란 수식어를 붙여 주가가 폭락한 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의미가 하나 더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익숙해진 최대 할인 행사 시즌이다.

미국 유통가에서는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 홀리데이 시즌 등 다양한 할인 행사가 이어진다. 12월 말까지 이어지는 할인 행사에서는 80~90%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이 기간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교롭게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즈음해 암호화폐 가격도 폭락을 거듭했다. 고점과 비교해 '할인율'이 블랙프라이데이보다 높을 정도다. 비트코인은 2800만원대에서 400만원대로 80% 가량 뚝 떨어졌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이더리움, 리플 등도 고점 대비 90%대 폭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눈물의 고별전' 같다는 장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로 대표되는 유통가의 할인 행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새해를 맞아 새 상품을 들이기 위해 창고에 쌓인 재고를 비우는 ‘물갈이’ 측면이다. 그간 팔리지 않고 쌓여있던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파격적 할인 행사를 내세운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세 폭락을 거품이나 사기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도태시키고 시장 질서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가격은 지난해 2017년 급등했다. 어쩌면 당연히 투기 세력도 들어왔다. 다단계를 하던 이들, 사기 전과가 있는 이들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다. 기술력도 없으면서 백서에 거창한 목표를 담아 투자자를 현혹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프로젝트 다수는 시간이 지나도 성과를 내지 못해 전체 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고난의 시기지만 뒤집어보면,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이같은 투기 세력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만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5개 대형 채굴장이 전체 채굴력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들이 합의한다면 51% 공격이 현실화될 정도로 탈중앙화에서 거리가 멀어졌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며 채산성이 낮아진 탓에 채굴장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시 전문 채굴장에서 개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을 이끈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업체), 벤처캐피털(VC), 펀드 등도 최근 시세 하락에 힘을 잃었다. 이들은 초기에 옥석을 가려 투자하는 역할을 한다.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기에 암호화폐도 저렴한 가격에 매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로젝트가 거래소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며 저가에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진 상태였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인 퍼블릭 블록체인의 존속을 가능케 하는 인센티브 요소다. 최근 발생한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류, KT 아현지사 화재는 중앙화된 네트워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나 통신망이 집중된 장소에 문제가 생기자 중앙이 통제하는 전체가 멈춰섰다.

전문가들은 초연결사회 스마트시티의 네트워크는 탈중앙화를 통해 보다 촘촘히 연결되는 블록체인 기반이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로 성장하려면 암호화폐 시장의 부작용을 덜어낼 필요도 있다. 업계가 블랙프라이데이의 묘를 잘 활용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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