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둘러싼 美금융수장들 엇갈린 견해…왜?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사진)과 제프리 스프레셔 뉴욕증권거래소(NYSE) 의장이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각각 규제 관련 단기적 전망과 암호화폐 성격과 가능성에 대한 중장기 시각이란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큰 틀에서는 시장에 서로 다른 시그널(신호)로 비칠 여지가 있다.

클레이튼 SEC 의장은 27일(이하 현지사간) 뉴욕 메리어트 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콘센서스 2018: 투자' 행사에 참석해 "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초가 되는 상품이 합리적으로 거래되며 가격조작의 위험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기대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보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암호화폐가 자산으로서의 기본적인 가격조작 위험이나 거래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ETF 상품으로 출시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의 ETF 승인 문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반등의 주요 모멘텀으로 꼽히는 사안.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슈다. 하지만 SEC는 그동안 수차례 비트코인 ETF 승인을 하지 않고 연기해온 바 있다.

클레이튼 의장은 지난 2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대부분의 암호화폐 공개(ICO)는 증권에 해당한다. ICO 토큰 발행시 반드시 SEC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강경 기조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지만, 에어폭스·파라곤코인 등의 사례를 들며 "모든 ICO는 SEC에 등록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에어폭스와 파라곤코인은 지난해 ICO로 각각 1500만달러(약 169억원), 2500만달러(약 281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나 '미등록 증권'이란 사유로 SEC의 철퇴를 맞았다. 이들 업체는 판매 중인 토큰을 증권으로 등록하고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 벌금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도 납부해야 한다.


반면 같은 날 이 행사에 참석한 스프레셔 NYSE 의장은 "암호화폐가 디지털 자산으로 살아남을 것이 확실하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은 규제를 받지 않는 수많은 거래소에서 제각기 이뤄진 거래로 형성됐다. 백트(Bakkt)의 선물 계약은 비트코인이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트는 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와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이 손잡고 만든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이다.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에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업계에서 기대하는 큰 호재 중 하나다. 백트는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금융기관 수장들까지 암호화폐 관련 의견이 엇갈린 탓에 업계는 내년 암호화폐 시장 전망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과도기적 시장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며 "당국에서도 혼선되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다. 내년 상반기가 되어야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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