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장애가 생겨 국내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약 두 시간 동안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쇼핑, 금융, 게임,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AWS 클라우드로 작동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이 시간 ‘먹통’이 됐다.

클라우드가 각종 정보기술(IT) 서비스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이번 사고의 충격파가 컸다. ‘디지털 블랙아웃(대정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거래소 먹통, 쿠팡·넥슨도 스톱…디지털세상 '지옥'을 맛보다
2시간 동안 ‘먹통’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9분~9시43분(태평양 표준시 21일 오후 3시19분~4시43분) AWS의 서울 데이터센터에서 DNS(도메인네임서버) 오류가 발생했다. DNS는 숫자로 된 인터넷프로토콜(IP)주소(인터넷상 컴퓨터의 주소)를 문자로 된 도메인네임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DNS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사들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할 수 없다. 이날 장애로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의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 오전 8~10시 두 시간 정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한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컸다. AWS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서비스는 대부분 AW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푹,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 나이키 등의 홈페이지가 1시간 넘게 접속되지 않았다.

접속 장애를 빚은 쿠팡
접속 장애를 빚은 쿠팡
또 KB금융지주와 신한은행 등의 일부 금융 서비스에도 접속 제한 현상이 나타났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유통하는 모바일 게임 역시 1시간 넘게 접속되지 않았다. 코인원, 고팍스, 업비트 등 가상화폐거래소에서도 서비스가 중단됐다.

삼성전자의 AI 비서인 빅스비도 한동안 사용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 AWS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는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수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AWS, 사고 발생 공지하지 않아

AWS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홍보 대행사를 통해 “AWS 서울 리전(데이터센터)에서 일부 DNS 서버 설정 오류로 인해 EC2 인스턴스가 84분 동안 DNS 기능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서버 노후화, 단순 오류, 해킹 등 모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AWS가 국내 데이터센터를 올바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AWS가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AWS는 사고 발생, 처리 과정 등을 고객사에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AWS에 문의해도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아 이용업체의 불만은 더욱 컸다.

보상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AWS는 보통 한 달 기준으로 가동시간의 1% 이상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사용액의 10% 정도를 보상해준다. 그러나 계약 내용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커지는 ‘디지털 블랙아웃’ 우려

이번 사고로 IT업계에서는 디지털 블랙아웃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가 IT의 핵심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 처음으로 AWS로 자사 서버를 옮긴다고 발표했으며 일반 제조업체도 잇따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AWS의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하면서 세계 인터넷 서버의 3분의 1가량이 먹통이 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점검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주요 서버를 작동 중지시킨 게 원인이었다. 해커들은 클라우드 업체를 노리고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대량으로 유출된 ‘아이클라우드 해킹’ 사태가 대표적이다. ‘클라우드 만능론’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IT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이 들더라도 여러 클라우드를 사용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완/배태웅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