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1911년 세워진 회사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천공기를 시작으로 사무기기, 슈퍼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업 컨설팅, 인공지능(AI) 등으로 끊임없이 바뀌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도 계속 변했다. 사무기기를 만드는 회사와 AI를 연구하는 회사의 직원은 다를 수밖에 없다.

IBM 인재채용의 기준은 자격증·졸업장 아닌 '스킬'
쓰보타 구니야 IBM 아시아태평양 인사총괄 부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IBM이 조직관리와 관련해 노력을 기울이는 문제 중 하나는 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IBM은 이를 위해 리스킬링(re-skilling·재교육)과 업스킬링(upskilling·새로운 기술 교육)을 통한 역동적 인력 이동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쓰보타 부사장은 1999년부터 IBM 인사팀에서 일한 인적자원(HR) 전문가로 현재는 IBM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HR을 총괄하며 리서치, 지식재산권(IP), 기업 혁신, 보상 등 IBM의 혁신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11월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선 ‘디지털화와 HR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IBM은 과거 자기 평가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능력 및 기술 데이터를 취합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자료의 유효기간은 6개월도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쓰보타 부사장은 “IBM은 직원들이 참여한 훈련 과정과 이력서, 소셜미디어 자료 등을 AI가 평가하는 ‘스킬 추론’ 방식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어떤 직원을 어떤 부서에 배치할지,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퇴사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파악해 추가 보상 등의 선제 조치를 함으로써 인재를 놓치는 일도 막는다. 직원들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교육을 받는다. 쓰보타 부사장은 “IBM의 철학은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킬링이나 업스킬링으로 내부 인재의 유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도 자격증이나 졸업장 대신 스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BM이 올해 싱가포르에 도입한 ‘뉴 칼라(collar) 프로그램’은 졸업장이나 자격증과 상관없이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11월 동일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그는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컴퓨팅, AI 비즈니스, 디지털 디자인과 같은 분야는 전통적인 4년제 대학 학위를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IBM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채용 시스템에선 IBM에 지원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것을 꼽았다.

쓰보타 부사장은 “한국 사회는 통상적으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해왔다”며 “뉴 칼라 프로그램이 한국의 정보기술(IT)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