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STEM센터에서 실시한 과학 및 예술 융합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영국STEM센터,STEAM CO 제공
영국STEM센터에서 실시한 과학 및 예술 융합교육에 참가한 학생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영국STEM센터,STEAM CO 제공
지난 9월 영국 런던 프랜시스 크릭연구소에서 열린 ‘2018 영국 생물학대회’. 왕립생물학회(RSB)가 매년 개최하는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과학 작품전이 아니라 예술 전시회다. ‘바이오아트’로 불리는 생물학 관련 예술 사진이나 그림을 출품하는 행사다.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응모한다.

올해 15세 이상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레슬리 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현상이나 생물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팀 해리스 영국자연도서관 기획담당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교육으로 자연 속에 숨겨진 패턴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과학과 예술을 하나로

지난 26일 찾은 영국 국립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기관인 영국STEM센터. 10여 명의 중·고등학생이 컴퓨터로 드론(무인항공기)을 설계하고 있었다. 교육 초점은 잘 날면서도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안전하면서 보기 좋은 드론을 완성하려면 과학과 예술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디자인과 과학 교육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교육 프로그램명도 드론 전문가 과정이라고 하지 않고 예술(art)의 앞글자로 시작해 항공(air)과 엔지니어(engineer)를 합한 에어지니어(airgineer) 양성 프로그램이라고 지었다.

조앤 울리 영국STEM센터 마케팅홍보 담당은 “에어지니어 프로그램에선 중·고등학생이 기술과 디자인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미니 드론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배운다”며 “단순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과 예술을 합쳐 실생활에 적용해보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크리스 캘버는 “단순히 드론을 조립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써보지 못한 3D 프린터와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새로운 드론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알게 돼 드론을 좀 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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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M 교육에 예술을 합한 STEAM 교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STEM센터는 외부에서 검증된 프로그램도 전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2012년 영국 디자이너 대니얼 차니가 개발한 픽스퍼트(fixpert)로 불리는 재활용 전문가 교육도 하고 있다. 다 쓴 물건을 재활용하고 수리하는 과정에 예술적 감각과 과학적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한 교육법이다. 현재까지 영국STEM센터를 포함해 20개국의 30여 개 기관 및 대학에서 이 교육법을 활용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직접 실험 설계

영국은 과학을 음악이나 미술처럼 쉽게 배우는 교육법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ab13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을 자발적인 경험과 실험으로 배우게 하자는 게 골자다. 주로 초등학생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실험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대표를 선출해 실험실의 규칙과 탐구할 주제를 정한다. 영국 노팅엄에서 시작해 핀란드, 가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학교 외에 STEM 교육센터를 통해 지역별로 이공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전국 70여 개의 네트워크를 통해 초·중·고교 방과후 STEM클럽을 운영하고 대학교수뿐 아니라 정보기술(IT) 관련 기업 직원들을 STEM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레이첼 커닝엄 영국STEM센터 디렉터는 “예술과 디자인은 변화하고 과학은 날로 발전해가고 있다”며 “학생과 교사들이 지식을 늘리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과 예술을 융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