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가 18일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에서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가 18일 열린 ‘아시아 미래 AI포럼’에서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왜 우린 좋은 인공지능(AI) 인재를 구하지 못할까’ 고민하는데, 답은 간단합니다. 돈을 많이 안 주니까요.”

정보기술(IT) 전략 전문가인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국내에 AI 전문가로 분류되는 사람이 100여 명밖에 되지 않고 이들은 해외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받는다”며 “인력 유출 문제가 AI 분야에서도 심각하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법무법인 율촌과 한국경제신문사가 18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 미래 AI포럼’ 강연에서 한 대표는 “AI 인재 확보는 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이자 장기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우수한 AI 전문가를 채용하면 연봉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식의 과감한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캐나다 기업 엘리먼트AI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주요 15개국의 박사급 AI 전문가는 2만2000명 선으로 추산된다. 찾는 곳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미국에선 학부를 갓 졸업한 AI 전공자조차 최소 30만달러(약 3억원)를, 일본에선 최상급 전문가가 1억엔(약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표는 돈을 많이 줄 여력이 없다면 AI 전문가의 지적 호기심을 채울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뤼이드를 사례로 들었다. 이 회사는 토익 문제풀이 자료 수천만 건을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 수험생별 예상 점수와 맞춤형 강의를 내놓는다. “다른 기업에 없는 토익·교육 데이터를 다뤄볼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낀 AI 과학자들이 회사에 합류했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는 AI 전문인력과 데이터”라며 “단순히 특정 기업의 전략적 자산을 넘어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또 “한국의 AI 인재 육성 전략은 미국이나 중국 대신 영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많이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진 강대국을 흉내내기보다 ‘신흥 AI 허브’로 떠오른 두 나라를 벤치마킹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올초 발표한 AI섹터딜 정책에 따라 연간 2000여 명의 해외 인재에게 티어 원(tier 1)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에서 우수한 AI 연구자를 유치해 영국에 정착시키는 정책이다. 영국 주요 명문대가 AI연구소를 공동 설립하고, 2025년까지 1000명의 박사를 정부 지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대표는 “세계적 연구자를 확보하면 그들이 배출하는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 연구소와 기업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최근 1~2년 새 구글, 엔비디아,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AI연구소가 줄줄이 들어선 캐나다는 이런 설명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AI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명예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쿤 페이스북 수석과학자 등은 모두 캐나다가 배출한 학자들이다. 이들 소수의 석학이 10~20년 넘게 연구에 전념한 결과 주요 도시가 AI 연구시설과 스타트업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 대표는 “AI 인력은 단기간에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컴퓨터공학 전공의 정원 제한을 없애고, 수학과 물리학 등 이공계 전공자들이 AI 분야로 활발하게 유입되게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