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가 외국 업체들이 장악해온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RP는 생산, 영업, 구매, 재무, 인사 등 기업 업무 전체를 정보기술(IT)로 통합 관리하는 기업의 필수 소프트웨어(SW)다. LG CNS는 기존 제품 대비 최대 70%의 비용 절감 효과, 업무 효율성을 앞세워 국내 ERP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 CNS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최신 IT를 결합한 ERP 서비스인 ‘LG CNS EAP(Enterprise Application Platform)’를 출시했다고 9일 발표했다.

EAP는 기존 ERP 서비스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고객은 핵심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필요 없는 기능까지 묶인 패키지를 구매하던 것과 비교해 SW 비용을 줄일 수 있다. LG CNS 관계자는 “LG CNS EAP는 고객이 꼭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다른 업체보다 30%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축과 유지 보수 비용, 초기 라이선스 비용 등을 외국 업체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해 관련 비용 절감 효과가 최대 70%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무 처리 속도도 높였다. AI와 빅데이터, IoT 등 LG CNS가 가진 최신 IT 역량을 총동원했다. 예를 들어 LG CNS의 AI 빅데이터 서비스인 ‘디에이피(DAP)’를 활용해 채용 적합도 분석, 퇴사자 예측 등이 가능하다. 재무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자동결산 기능으로 결산작업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LG CNS 관계자는 “복잡한 ERP 업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으며 시스템의 간단한 화면 구성으로 업무 처리 속도를 최대 80%까지 개선했다”고 말했다. 보통 5단계로 업무를 처리하던 구매 단가 소급 업무를 1단계로 줄여 업무당 5분 이상 걸린 처리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였다. 재무 분야에서도 업무 간소화로 기존에 두 시간이 필요하던 수백만 건의 정보처리 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했다.

국내 ERP 시장은 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 기업인 SAP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ERP 시장의 전통 강자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토종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대기업 시장은 외산 업체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올해 국내 시장 규모는 28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SW 기업들은 편리한 기능, 안전성, 범용성 등을 앞세워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필요 없는 기능까지 패키지 형태로 팔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파격적인 가격 전략을 들고나온 LG CNS가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LG CNS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사업을 펼치는 국내 ERP 업체와 시장이 겹치지 않도록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LG 계열사를 비롯한 중견 기업 및 대기업, 공공기관을 주요 목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