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판정하는 임상심리사 태부족… 전국 256개 보건소에 39명뿐
정부 치매 관리 여전히 '구멍'
구인난 시달리는 치매안심센터
인천·광주엔 임상심리사 0명
강원·호남에선 간호사도 못 구해
주·야간 돌봄시설 확충도 부진
예방보다 신약개발 치우쳐
훈련 프로그램 구성 천편일률
환자 지루해하고 효과도 적어
"핑거 도입하면 年6조예산 절감"
◆치매 전문인력·환자 수용 공간 부족
치매안심센터는 정부 치매관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256곳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는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맞춤형 상담, 검진, 관리, 요양시설 연결 등 통합 지원을 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치매안심센터 직원은 총 2522명이다. 센터당 평균 9.9명이다. 올해 말까지 센터당 평균 25명을 채용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치매 조기 검진 및 신경심리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임상심리사 구인난은 심각하다. 6월 말 기준 치매안심센터에 근무하는 임상심리사는 39명뿐이다. 센터가 10곳인 인천, 5곳인 광주에는 한 명도 없다. 임상심리사가 없다 보니 간호사가 검사를 대신하거나 인근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경기 연천군, 인천 강화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간호사도 구하지 못했다. 강원도 전라남북도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 수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임금을 맞춰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인근 병의원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증 환자를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돌보는 ‘치매안심형 주야간보호시설’ 확충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치매안심형 주야간보호시설을 184곳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설립된 곳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설계, 공사, 운영을 결정하다 보니 설립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미비한 환자 맞춤형 프로그램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관 등의 인지 강화 프로그램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나 경증 환자의 인지 능력이 나빠지는 것을 지연하기 위해 체조, 노래, 작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획일적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안심센터, 복지관에선 한 시간 단위로 노래 교실, 웃음 교실 등을 운영하다 보니 환자들이 금방 지루해하고 효과도 떨어진다”며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으로 무게중심 옮겨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치매 정책이 환자 격리와 신약 개발에 치우쳐 치매 예방 및 관리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가 운영 중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 ‘핑거(FINGER)’를 도입하면 치매 관리 예산을 연간 6조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교수는 “핑거 프로그램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인 기억 장애 환자에게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 유의미하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올 들어서야 정부 지원 아래 ‘슈퍼 브레인’이라는 과학적 치매 예방 프로그램 개발이 시작됐다. 정 교수는 “임상시험을 포함해 개발하는 데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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