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규제개혁 등 정부의 혁신성장을 이끌 민관 합동 조직인 혁신성장본부의 공동본부장에 이재웅 쏘카 대표(사진)를 선임한다. 국내 인터넷산업을 일군 경험을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관련 규제를 받는 기업을 운영하는 이해 당사자를 선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혁신성장본부장에 이재웅 쏘카 대표 선임
이 대표는 1995년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벤처 1세대’다.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4월 차량 공유업체인 쏘카 대표로 10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가장 먼저 규제를 개혁할 분야로 공유경제를 지목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내달 2일 이 대표에게 위촉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혁신성장본부는 민관 합동으로 혁신성장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출범했다. 정부 측에서는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기재부는 이 대표가 다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등 ‘정보기술(IT) 생태계’ 발전에 힘써와 혁신성장본부장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성장본부가 다룰 규제혁신 과제 중 하나가 공유경제다. 공유경제 중에서도 카풀은 정부가 우선 개선할 분야로 꼽힌다. 카풀 서비스 벤처기업인 ‘풀러스’는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이 대표다. 또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쏘카도 단기 렌터카 방식의 차량 공유업체로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대표는 공유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업계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정책 결정은 이 대표가 아니라 정부가 하기 때문에 이해 상충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완/이태훈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