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적자 웹툰'에 수천억 쏟는 까닭은
한국 웹툰 서비스 업체들이 아시아 인터넷 만화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 이익 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이용자를 확대해 시장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진다는 전략 때문이다.

◆한류로 자리 잡은 웹툰

일본, 태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식 디지털만화 서비스(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읽는 방식)인 웹툰이 또 다른 한류(韓流)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만화와 출판만화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2억5863만달러(약 2896억6560만원)로 전년보다 17.6% 증가했다.

대표적인 웹툰 서비스 업체가 네이버와 카카오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인터넷 만화시장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웹툰이 운영하는 ‘라인 웹툰’은 세계 155개국(애플 앱스토어 기준)에 서비스 중이다. 앱 장터 분야별로 만화가 따로 있는 국가 중 71개국에서 1위(6월 기준)를 달리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기준으로 월평균 실이용자 수(MAU)가 2400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웹툰 서비스 ‘픽코마’는 일본에서 인기다. MAU가 일본에서만 290만 명이다. 카카오의 해외 서비스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웹툰 서비스 ‘코미코’도 일본, 태국, 대만에서 1위에 올랐다.

만화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 내 한국 웹툰 서비스 업체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앱 시장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10일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라인망가’가 1위, 카카오의 픽코마가 3위를 차지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코미코도 13위에 올랐다.
네이버·카카오 '적자 웹툰'에 수천억 쏟는 까닭은
◆적자는 쌓이지만

하지만 이들 서비스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매출 340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이 38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적자폭이 배 이상 커졌다. 실적 대부분이 일본 웹툰 서비스에서 나오는 카카오재팬의 매출은 2016년 30억원에서 지난해 257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손실도 같은 기간 47억원에서 217억원으로 증가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웹툰 관련 매출이 늘고 있지만 이익은 거의 남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포털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를 더 확보하기 위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데다 마케팅 비용까지 증가하고 있어 아직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후발주자였던 카카오재팬이 이용자를 끌어들인 비결은 특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 등이었다.

◆그래도 투자 확대

실적 악화에도 웹툰 서비스 업체들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웹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500억원을 출자했다. 네이버는 지난 1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네이버웹툰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카카오재팬에 799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카카오재팬에 대한 누적 투자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NHN엔터테인먼트도 국내 웹툰 서비스 ‘저스툰’의 모회사인 위즈덤하우스와 제휴하고 이 회사에 1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가 있지만 커지는 글로벌 웹툰 시장을 선점해 ‘플랫폼 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T 콘텐츠 서비스는 이용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무료 서비스, 마케팅 확대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 초기엔 이익을 못 내더라도 시장만 장악하면 어느 시점부터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도 2010년 출시 이후 적자에 허덕이다 이용자가 4000만 명이 넘어선 2012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도 연간 5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하다가 2010년 흑자로 돌아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