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가 영업시간을 단축하면서 소비자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폐점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1시로 1시간 앞당겼다.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전국 117개 점포의 영업 종료시간을 한 시간 줄여 오후 11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밤 12시까지 근무하던 인원 중 10%가량을 오후 2~5시 피크타임의 시간제 근무로 전환했다. 롯데마트는 일부 인력은 상품 보충 진열, 계산대 업무 등에 투입해 직원 축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시간대별 매출 가운데 오후 11시 이후 매출 비중이 1.5%로 가장 낮아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며 “직원들의 출퇴근시간 조정은 있지만 근로시간은 영업시간 단축 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도 폐점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이마트는 롯데마트와 달리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함께 줄였다. 올해 초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의 결정에 따른 조치다. 이마트는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집중 근무시간을 설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유통점 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대리점의 개통 업무 시간을 단축하려고 하자 관련 유통업체가 집단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와 통신 3사는 다음달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휴대폰 개통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통신 3사의 번호이동 전산 마감 시간은 오후 8시다. 신규 개통은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한두 시간 앞당겨 휴대폰 유통점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해당 방침대로 변경되면 직장인들은 퇴근 후 휴대폰 개통, 번호이동 등을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가 휴대폰 판매점 직원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통 신청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직장인의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5~8시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휴대폰 유통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영업시간 단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신도림·강변 테크노마트 등 대형 전자상가의 휴대폰 유통점주들이 주축인 전국이동통신집단상권연합회 회원 100여 명은 방통위가 있는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개통 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주완/민지혜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