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폐암 신약 올리타 개발을 중단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글로벌 제약회사의 경쟁 제품이 시장을 선점해 신약으로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판단에서다.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는 국내 최초의 폐암 표적항암제로 한미약품이 글로벌 혁신 신약으로 개발해온 약물이다. 2015년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 해지와 반환, 부작용 논란 등으로 고비를 겪으며 임상이 지연됐다. 그 사이 한미약품보다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라는 제품의 판매 허가를 먼저 받았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약물 개발은 가장 빨리 시작했지만 다국적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R&D) 비용뿐만 아니라 인프라, 네트워크 등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대신 다른 혁신 신약 후보물질 20여 개의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첫 신약 결국 포기
업계에서는 올리타 개발 중단을 국산 신약의 현주소를 보여준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4~5년 새 한국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국산 신약은 29개에 불과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신약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며 “과감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예진/양병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