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0일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0일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드라이버, 가사도우미 등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판단착오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등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선보인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에 대해선 “AI 스피커는 기술만이 아니고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떤게 있는지 더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 진출도 게임, 웹툰, 웹소설 등 해외 시장에 먹힐 수 있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개 석상에서 기자들과 만난 것도 201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카카오의 전 직원 미팅 ‘T500’을 본떠 마련됐다. 임 대표는 2시간 가까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취임 이후 카카오가 어떻게 바뀌었나.

“처음 부임했을 때는 최고경영진협의체(CXO) 체제를 고수했다.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독단적인 결정은 리스크가 크다. 지난해 3월부터 각 부문장이 최고경영자(CEO) 마인드로 일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기 시작했다. 분사는 전략과 목적이 아닌 도구다. 사업에서 성과를 잘 낼 수 있다면 쓸 수 있는 카드다.”

▶카카오미니 사전 판매가 흥행했다.

“(가격, 부가서비스 같은) 조건이 좋았던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카카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기대하는 것도 있다. 사전 판매 때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반성한다. 어마어마한 트래픽이 몰렸다.”

▶정식 판매한 뒤에도 선전할까.

“AI 스피커는 기술만이 아니라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가 얼마나 있는지 더 중요하다. 그 측면에서는 카카오가 잘할 수 있다.”

▶AI 개발 컨트롤타워는 어디인가.

“카카오 아이를 리드하는 사람은 (카카오 본사의) 김병학 부사장이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브레인에서 좀 더 원천적인 것을 고민한다. 두 곳이 정기적으로 교류해 기술과 의견을 교환한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계획은.

“논의하다 보면 좋은 접점이 생길 것이다. 올해 안에 삼성전자 외에도 생활에 관련된 회사들과 제휴 했다는 소식을 계속 들을 수 있을 거다.”(지난 21일에는 롯데정보통신과 제휴를 맺었다.)

▶해외 진출 계획은.

“해외 사업은 로망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전 국민이 쓰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두 번째, 세 번째 메신저가 되는 것은 사업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포털이나 검색 서비스도 해외 진출이 어렵다. 한국은 게임과 이모티콘, 웹툰, 웹소설,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가 강하다. 콘텐츠 사업에서 점점 해외 비중이 커질 것이다. 핵심 플랫폼 사업은 국내에서 쭉 나가고 콘텐츠 사업은 파트너사들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전략이다.”

▶과거 로엔 같은 대형 투자가 또 있을까.

“투자나 인수합병(M&A)은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빅딜이 일어난다. 올해는 몇 개의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식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의 철학이 파트너와 많이 일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동영상 콘텐츠 성장 계획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잘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라이브 쪽을 보긴 했다. 카카오톡과 가장 잘 연결될 수 있는 분야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중요하지만 넷플릭스처럼 대규모로 돈을 들여 드라마를 찍는 게 답인지 모르겠다. 웹툰도 오리지널 콘텐츠다.”

▶정부에서 카카오톡에 예약전송 기능을 요구했다.

“논의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기능을 잘 보면 굳이 예약전송을 만들지 않아도 기능이 다 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관한 사회적 주제이지 기능에 대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구글금지법, 페이스북금지법 얘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O2O 사업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시행착오를 인정한다. 카카오드라이버가 기대보다 훨씬 잘 안됐고 판단 실수였다고 깨달았다. 가사도우미 등 여러 프로젝트를 접었다. 그결정도 고통스러웠다. 이 덕분에 카카오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 뾰족해진 효과는 있다.”

▶가장 두려운 서비스나 상황이 있다면.

“한 사업자를 꼽기 어렵다. 무한 경쟁이다. ‘이 서비스 써보니 더 좋네’라는 반응이 나오면 이용자들은 넘어갈 수 있다. 생활에 편리한 서비스를 계속 진화시키는 게 답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걸 더 잘하는 것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포털산업 규제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있다. 왜 국내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가. 똑같이 규제해달라는 게 아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똑같이 뛸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네이버의 준대기업 집단 지정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제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이슈될 게 없었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요청에 맞춰 따르고 있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연임은 이사회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것에 신경 쓰면서 성과를 못 내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분기 실적에만 신경 쓰면 카카오톡 실행할 때마다 광고를 띄우자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무식한 얘기가 나온다.”

▶임지훈에게 카카오란.

“카카오는 내 생활이다. 카카오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국가에서 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많은 파트너와 함께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도 별로 없다. 살짝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에 가서도 ‘미래를 보고 싶으면 한국에서 카카오로 생활해봐라’라고 얘기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