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이를 대체할 비(非)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마약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강력한 진통제로 수술 후나 관절염 통증에 쓰인다. 효과는 크지만 중독성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중독 환자가 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백악관 오피오이드위원회의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미국인 142명이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화이자와 일라이릴리가 공동 개발하는 비오피오이드계 진통제 후보물질 타네주맙을 신속심사 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타네주맙은 2010년 부작용으로 임상 3상이 중단됐지만 2015년 관절통과 요통용 진통제로 3상 재개를 허가받았다. 테바와 리제네론은 관절통 진통제 파시누맙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약품 개발업체 비보존이 수술 후 통증을 대상으로 오피란제린(VVZ-149)의 한국 임상2상을 마쳤고, 미국에서 임상2b상을 하고 있다. 메디프론은 2005년 독일 진통제 전문기업 그루넨탈에 기술수출한 비마약성 진통제의 임상1상을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DWJ208’이라는 후보물질을 발굴해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신형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만성 통증 환자가 늘면서 진통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오피오이드의 부작용을 극복하면서도 효과는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