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NT) 분야에서 산업화가 가장 빠른 분야가 스핀트로닉스입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스핀트로닉스 강국이 될 수 있게 온힘을 쏟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해 시작한 'KIST 비전21' 사업에서 스핀트로닉스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김희중 KIST 재료연구부장(48·박사)은 이같이 강조했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가 회전할 때 생기는 자성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일종의 '자기메모리(MRAM)'다. 자기메모리는 컴퓨터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메모리와 정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가 하나의 칩에 들어 있는 것. 반도체 메모리보다 작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스핀트로닉스의 핵심은 나노기술이다. 자기메모리에 입히는 박막의 두께가 1∼2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료를 나노 단위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자기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김 박사는 "5년 안에 프로토 타입을 내놓고 2011년엔 실제로 쓸 수 있는 자기메모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9년 일찌감치 나노 기술과 인연을 맺었다. 극히 얇은 자성 재료를 다루기 위해 나노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후 10여년동안 나노 기술을 활용한 재료 분야에서 1백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나노기술 관련 특허도 20여건을 냈다. 자성 재료와 관련된 나노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김 박사의 경력에는 특이한 것이 있다. 바로 토종 국산 과학자라는 점이다.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78년 KIST에 들어온 후 꼬박 24년동안 KIST에 몸담고 있다. 김 박사는 또 텔레비전 화면의 질을 선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섀도마스크와 면도기 날에 20나노미터 두께로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론과 실기를 골고루 갖춘 것이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