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엘니뇨에 설탕값 12년 만에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전장 대비 4.6% 가량 폭등
가라앉는 듯 했던 슈가플레이션 공포 되살아나나
슈퍼엘니뇨에 설탕값 12년 만에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국제 설탕 가격이 4% 이상 급등했다. 올해 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슈퍼 엘니뇨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는 상황이 3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 진정세를 보이던 설탕 등 농산물 가격은 이상 기후가 감지되면서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원당(설탕 원료) 7월물은 전장 대비 4.61% 뛰어 파운드당 25.63센트에 거래됐다. 원당 가격은 앞서 지난 4월 파운드당 24.44센트로 2011년 7월 이후 12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 전망이 계속되자 진정세로 돌아섰던 원당 가격이 다시 급등한 것이다.

이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가 발표한 보고서 때문으로 풀이된다. NOAA는 이미 지난달 "2020년 9월 시작된 3년간의 라니냐가 끝나고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NOAA가 예측하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은 80~90%다. 이날 기후예측센터는 "5월에 이미 적도 부근 태평양 전역에서 평균 이상의 해수면 온도가 강화되면서 약한 엘니뇨 상태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슈퍼엘니뇨에 설탕값 12년 만에 최고가 [원자재 포커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 호주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곡물 생산량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폭염, 폭우, 태풍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보험사들은 벌써 태풍 피해와 관련한 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6년은 전 세계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엘니뇨에 더해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까지 겹쳐지면 올해와 내년은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엘니뇨로 인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아시아 전역의 설탕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강력한 엘니뇨가 인도와 태국의 설탕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브라질의 사탕수수 수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미국 설탕 트레이더는 "이 소식은 가격 하락을 기다리던 구매자들을 매우 긴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