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놓을 혼합현실(XR) 헤드셋이 200억달러(약 26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란 월스트리트의 전망이 나왔다.

에릭 우드링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부문의 매출이 단기적으로는 전체의 1% 미만으로 예상되지만 AR, VR 부문은 향후 20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플랫폼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분석을 근거로 애플 목표주가를 19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일 종가(181.11달러) 대비 4.9% 상승 여력이 있다.

애플은 오는 5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를 열고 혼합현실 헤드셋을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이 통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공개하던 WWDC에서 하드웨어 신제품을 고개한 것은 2014년 애플워치를 내놓은 이후 9년 만이다.

모건스탠리는 AR, VR 헤드셋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000억달러, 2037년에 5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저가 제품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우드링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AR, VR 헤드셋 출시로 전체 시장이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과거에 애플이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을 내놓았을 때 시장이 확장한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현재 AR, VR 헤드셋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200억~700억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5~18%에 해당한다.

월가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제프리스는 "애플의 XR 헤드셋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와 센서를 활용하면서 이전 경쟁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초기 가격은 비싸겠지만 XR 헤드셋 시장이 대중화될 기회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는 애플 목표주가를 195달러에서 2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바클레이스는 "애플의 XR 헤드셋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려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격은 3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킬러 앱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