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시세가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됐으나 제조업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中 경기회복 더뎌…구리값 6개월 만에 최저
지난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7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70달러(t당 8149달러)로 전날 대비 3.6% 내렸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등록 창고의 구리 재고는 계속 증가해 지난 3월 20일 이후 최고치인 7만5950t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금속 제조업계에서 성수기로 여겨지는 2분기에 수요량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향후 가격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구리는 전력 케이블부터 냄비와 프라이팬, 휴대폰 등 공산품 제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구리 가격 동향은 경기 향방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진다. 구리 수입량이 가장 많은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와 특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구리 가격은 3월까지만 해도 중국의 코로나19 셧다운이 풀리면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상승세였다.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더 트라피구라그룹은 올초 런던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1년 안에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컨설팅회사 CRU그룹은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의 경기 회복세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달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로 3개월 만에 하강 국면을 나타내는 50 아래로 내려갔고,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중국 내 구리 가격은 런던 가격보다 t당 평균 400위안(약 58달러) 이상 낮게 형성됐으며, 구리 수입은 10월 이후 최저치로 줄었다. 중국 업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러시아산 구리 재고를 사재기한 탓으로 분석된다. 수입 수요를 측정하는 항구 프리미엄은 3월 중순 이후 절반 이상 하락해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