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잇따른 경고에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뉴욕 땅을 밟았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를 계기로 방미 중 차이 총통이 미국과 조세협정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방미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번 방미는 9박 10일간의 중남미 순방길 중 항공기 급유를 위해 경유지에 들르는 차원에서 성사됐다. 차이 총통은 이틀간 뉴욕에 머문 뒤 다음 달 1~3일 과테말라를, 3~5일 벨리즈를 방문할 예정이다. 두 국가는 13개국뿐인 대만의 공식 수교국들이다. 차이 총통은 “과테말라와 벨리즈의 방문은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이후 첫 해외 방문”이라며 “중남미 동맹국과 교류를 심화하려는 대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목은 중남미 순방이지만 세계의 관심은 방미에 쏠린다. 차이 총통이 귀국길인 5일 LA에 들러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져서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따른 답방 성격으로 보인다.


방미 중 대만과 미국의 조세협정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정부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을 포함한 TSMC의 투자 약속을 계기로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미국에 강력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미 상원에선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 주도 하에 조세협정 체결을 권유하는 결의안이 지난 2일 발의됐다. 대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이중과세 해결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조세협정은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여서 미국은 중국의 반응을 의식해 그간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에 경고장을 던졌다. CNN에 따르면 29일 쉬쉐위안 주미 중국대사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미·중 관계에서 심각한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은 군사적 압박도 가했다. 대만 매체인 자유시보에 따르면 29일 대만 국방부는 대만해협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함정 4척과 군용기 16대를 포착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 반박했다. 29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경유는 방문이 아니다”며 “차이 총통은 2016년 이후 여섯 차례나 미국을 경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이번 경유를 구실로 삼아 대만해협 주변에서 공격적 활동을 강화해선 안 된다”며 “중국이 과잉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과도한 보복은 대만 유권자들의 분노를 야기할 것”이라며 “(내년 1월 열릴) 대만 총통 선거에서 여당의 지지를 늘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