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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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요 도시의 호텔 가격이 치솟고 있다. 관광업계의 큰손인 중국인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하면서 호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 기반을 둔 동남아 1위 여행예약업체인 트레블로카(travelok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평균 호텔 요금은 작년 이후 최근까지 10% 이상 상승했다.

트레블로카는 “중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은 도시의 호텔 요금은 45% 이상 올랐다”면서 “특히 방콕의 호텔 요금은 70% 이상 올라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도 4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 여행 사이트인 씨트립(Ctrip)은 지난 1월 말 방콕의 평균 호텔 예약 가격이 약 70% 급등했다고 최근 밝혔다. 2019년까지 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연간 1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태국은 중국인들에게 인기 관광지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인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하늘길을 열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6일부터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스위스 등 20개국을 대상으로 자국인의 단체여행과 패키지 상품 업무 재개를 허가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럭셔리 호텔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여행객의 고급 호텔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34%로 급등했다.

여행 관련 데이터 업체 아다라는 중국 여행객들이 호텔 객실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하루 비용이 100달러 이하인 객실을 예약하는 여행객은 줄어든 반면, 400달러 이상의 객실을 예약하는 중국인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월 마카오 성 바오로 성당 유적 인근에 관광객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마카오 당국은 춘제(春節·설) 다음 날인 1월 23일 7만1678명이 마카오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시작 이래 3년만에 최다 방문객으로 이 중 94%는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연합
지난 1월 마카오 성 바오로 성당 유적 인근에 관광객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마카오 당국은 춘제(春節·설) 다음 날인 1월 23일 7만1678명이 마카오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는 팬데믹 시작 이래 3년만에 최다 방문객으로 이 중 94%는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연합
지금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은 고소득층이 대부분인 영향도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줄어들면서 항공편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3월 샌프란시스코(미국)~상하이 (중국) 왕복 항공권은 이코노미 기준 4000달러(약 520만원), 비즈니스 클래스는 1만8000달러(약 2337만원) 이상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의 데이비드 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중국인들이 전 세계 관광 지출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여행 재개에 따른 고급 호텔 가격 상승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특히 관광 경제에 의존하는 태국과 같은 나라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물론 여행 산업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서 호텔 가격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가격이 치솟은 방콕, 싱가포들의 일부 호텔 가격은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는 반면 도쿄, 홍콩 지역 호텔 가격은 오르고 있다고 여행 플랫폼 카약은 전했다.

한편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다소 늦은 지난달 11일부터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 데 이어 이달에서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를 해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소비하는 1인당 지출액은 1689달러(2019년 기준)로, 미국(1106달러)이나 일본(675달러)보다 높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