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증시 상승세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글로벌주식전략가는 19일(현지시간) 내놓은 투자노트에서 “최근 상승장은 전형적인 베어마켓 랠리였다”고 진단했다. 대세 약세장 속에서 잠깐 반등했을 뿐이란 얘기다.

하트넷 전략가는 “이제 랠리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다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데도 주식을 팔지 않고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하트넷에 따르면 1929년 이후 베어마켓 랠리는 총 43회였다. 평균 39일간 지속했으며, S&P500지수 기준의 상승률은 17.2%였다. 최근 랠리는 41일간 지속됐고, 상승률은 17.4%였다. 하트넷 전략가가 ‘이번 상승세가 끝나간다’고 예단한 배경이다.

하트넷 전략가는 “미 중앙은행(Fed)은 지속적으로 긴축에 나설 것”이라며 “실업률이 3.5%까지 떨어진 지금이 아니라 4.5%로 다시 오를 때 매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창업자인 데이비드 로쉬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8.5%(작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8.5%(작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로쉬 창업자는 “현재 증시 랠리의 75% 정도는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과 가계의 구매력 덕분에 침체로 직결되는 걸 막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는 둔화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로쉬 창업자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에 직면한 Fed는 연 3.5~3.75% 정도 되면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BNP파리바의 그렉 부틀 파생전략 총괄 책임자는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기관들이 공매도(숏) 포지션을 대거 잡고 있다”며 그 규모를 1250억달러로 추산했다. S&P500지수가 지난 6월 중순 이후 17% 단기 급등했는데 기관들의 숏(매도) 포지션은 상당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부틀 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40년만의 최고치에서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들을 증시로 돌아오게 만들려면 거시 경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