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석 국민의힘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최은석 국민의힘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국내 공장 설립을 우선 고민하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 투자했던 안타까운 경험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습니다.”

최은석 국민의힘 당선인(대구 동구·군위갑)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느낀 불합리한 규제들을 22대 국회에서 과감히 해소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회계사 출신으로 CJ대한통운 부사장, CJ그룹 경영전략총괄 부사장,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낸 그는 22대 총선 당선인 중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대한통운 인수,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 인수 등 CJ그룹의 대형 인수합병(M&A)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CJ제일제당에서는 비비고 브랜드로 ‘식품 한류’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불과 두 달 전까지 기업에 몸담았던 그를 정치로 이끈 건 경영인으로서 느낀 규제의 문턱이었다. 최 당선인은 “바이오 파운드리 분야는 신수종 산업이지만, 핵심 재료인 미생물 균주 수입·반출 등의 규제가 과도해 국내 생산이 힘들다”며 “CJ제일제당도 국내 투자를 고려했지만 규제 때문에 미국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에서 규제도 적고 다양한 세제 혜택까지 주는 미국, 싱가포르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 당선인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원샷 인허가법’을 최우선 입법 목표로 잡았다. 그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연구개발(R&D) 속도를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설비·인프라 투자 인허가 과정의 복합 규제를 단순화하고, 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원샷 인허가법’을 최우선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전기차,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에는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며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국내외 기업에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을 완화하는 것도 목표”라고 덧붙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힘을 싣겠다는 포부다. 최 당선인은 “자본시장에 오래 몸담아 보니 우리 기업들이 주가 때문에 해외 무대에서 저평가되는 일이 많다”며 “더 많은 자금을 국내로 유치하려면 ‘밸류업’ 관련 입법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는 M&A, 투자 유치(증자 등) 시 주로 거래 시점 주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불이익을 받아 왔다는 설명이다.

민생 경제와 관련해서도 활발히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생필품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노동개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 당선인은 “CJ제일제당에서 설탕, 밀가루 등 민생과 밀접한 식품들의 가격을 직접 결정해 보니 과도한 임금 상승분이 원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며 “대기업 연공급 임금(근속연수가 올라가면 임금을 무조건 높이는 방식)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당선인은 “기업인 출신의 장점은 서로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해 공감대를 마련하는 훈련이 잘돼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과도 활발히 소통하며 협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인의 DNA를 갖고 낡은 정치를 혁신하는 것도 주어진 과제”라며 “국회의원을 ‘특권층’이 아니라 ‘봉사하는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