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자원을 둘러싼 골드러시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프시케(Psyche)’ 탐사선 발사로 우주 자원 개발의 새 역사를 썼다. 소행성 채굴이 먼 미래라면 달 자원 탐사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NASA는 달의 자원 수송을 위해 달 철도 및 도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시케 탐사선. NASA 제공
프시케 탐사선. NASA 제공
6일 과학계에 따르면 NASA와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프시케 탐사선을 발사했다. 탐사선은 22억 마일(36억㎞)을 비행해 2029년 9월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 이후 26개월 동안 소행성 주변을 돌며 구성 물질과 중력, 밀도 측정 임무를 수행한다. 발사된 지 183일(2024년 4월 14일 기준)이 지난 탐사선은 현재 지구로부터 약 1.5AU(우주거리단위·1AU=1억4960만㎞) 떨어진 우주 망망대해에서 화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소행성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시속 7만4520㎞(20.7㎞/s)로 비행하고 있다. 이미 지구를 5600바퀴를 이동한 것과 같은 거리를 날아간 것이다.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를 지나는 지름 226㎞의 금속 소행성이다. 철을 주성분으로 니켈 코발트 백금, 그리고 미지의 광물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와 린디 엘킨스-텐튼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프시케에 묻힌 자원의 가치가 최대 1000경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엘킨스-텐튼 교수는 “프시케로 인해 인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150만 개 소행성 중 금속 소행성은 단 9개에 불과하다. 프시케는 그중 크기가 가장 크다. 가장 넓은 부분의 지름은 약 280㎞다. 서울과 광주의 직선거리와 비슷하다. 모양은 찌그러진 타원형으로, 감자와 닮은 모양일 것으로 추정된다. NASA가 얼음이나 암석이 아니라 금속 행성 탐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행성의 경제적 가치를 알아본 국가들은 한참 전부터 발 빠르게 나섰다. 룩셈부르크는 2017년 기업이 채굴한 우주 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하는 ‘우주자원법’을 제정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탐사선 하야부사 2호로 소행성 표본을 수집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2034년 소행성 탐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에선 미국 아스트로포지가 금속 소행성 채굴 기업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스페이스X와 NASA 출신 과학자들이 2022년 1월 설립한 이 회사는 레이저로 소행성 표면의 물질을 증발시킨 뒤 증기 속에서 이를 다시 채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의 소행성 연구는 전무한 수준이다. 소행성 채굴을 목표로 하는 민간 기업은커녕 국가 주도 연구도 지지부진하다. 2022년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를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다.

달 채굴은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달에는 희토류와 헬륨3 등의 광물이 풍부하다. 프시케만큼의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현재 기술적 추세라면 10년 내 지구로 자원을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달 21일 달 자원 운반을 위해 미국 최대 방위산업 기업인 노스럽그러먼과 달 남극과 북극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철도는 DARPA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우주 경제 프로젝트 ‘루나-10’의 일환이다.

달 표면을 이동하는 차량인 월면차(LTV) 사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차와 월면차 ‘투 트랙’으로 달 자원을 동시에 채굴하겠다는 것이다. NASA는 달 자원 수송을 위한 월면차 제작 후보 기업 세 곳을 지난달 선정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