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해외 특급호텔 "서울 핫플에 입점하겠다" 잇단 러브콜
지난달 2일 서울 광화문의 럭셔리 호텔 포시즌스에 이 회사 식음료(F&B) 담당자 87명이 모였다. 이들은 세계 각지의 포시즌스에서 일하는 에이스 셰프였다. 포시즌스는 그룹 차원의 F&B 콘퍼런스 개최 후보지로 포시즌스 호텔이 있는 세계 주요 도시를 올렸는데, 대부분이 서울을 선택했다. 포시즌스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 앞다퉈 들어오면서 호텔리어들에게 서울이 일해보고 싶은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에 ‘씨 마른’ 호텔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연내 하얏트 계열의 ‘디 언바운드 컬렉션 바이 하얏트’와 아코르 계열의 ‘마곡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이 서울 논현동과 마곡동에서 각각 영업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반얀트리 해운대, 인터컨티넨탈 평택 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모두 5성급 최고급 호텔이다.

글로벌 호텔 진출이 줄을 잇는 이유는 국내 호텔산업이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롯데호텔은 지난해 매출 1조2917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거뒀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였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6% 폭증했다. 신세계의 조선호텔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03억원으로 전년(222억원) 대비 두 배로 뛰었다. 삼성 계열 신라호텔 매출도 사상 최대인 634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호황을 ‘구조조정 효과’로 본다. 최근 10여 년간 호텔산업은 호황과 거리가 멀었다. 우선 공급이 과도하게 많았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들자 호텔 설립이 줄을 이었다. 공급이 넘쳐난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뚝 끊기자 호텔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다. 이후 호텔 공급은 큰 폭으로 줄었다. ‘공급 과잉’이 불러온 ‘공급 절벽’이다.

외국인 관광객 극적 반전

작년부터 상황이 반전했다. 관광객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작년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 명을 회복했다. 2021년 97만 명으로 줄어든 관광객은 2022년 약 320만 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103만 명까지 뛰었다. 2019년 1750만 명과 비교해 63% 수준이지만 이 같은 증가 추세라면 조만간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내년 2051만 명, 2026년 2269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K팝 위주였던 한류가 드라마, 영화, 음식 등 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공급 절벽으로 호텔은 모자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럭셔리 호텔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라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올해 5스타 호텔로 선정한 곳은 서울에선 포시즌스호텔과 신라호텔 두 곳뿐이다. 마카오(22개) 런던(20개) 파리(12개) 도쿄(9개) 등 세계 주요 대도시보다 훨씬 적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5성급 호텔은 67개로 객실 수는 2만4317개다. 서울 기준으로는 34개, 객실 수는 1만1842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2027년까지 서울 내 5성급 호텔 객실이 최소 500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격전지로 떠오르자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수탁운영하는 국내 호텔업체들의 협상력도 높아졌다. 해외 호텔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 호텔업체들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브랜드 사용을 요청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호텔 업체들이 주요 개발 부지에 자사 브랜드 입점을 먼저 타진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국내 호텔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기반이 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 부티크 호텔 ‘L7’을 열었다. 신라호텔은 내년을 목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를 짓고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