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실적마저 뉴욕증시의 ‘버팀목’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强)달러와 인플레이션 등 기업 실적을 짓누르는 여러 요인이 산적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자체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를 낮추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도 오는 2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실적 기대 낮추는 월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인용해 올 2분기 미국 S&P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이 4%에 그칠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S&P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 증가율 잠정치인 9.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코로나19 여파가 미친 2020년 4분기(3.8%)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팩트셋은 분석했다.

월가의 주요 은행들은 지난 4월22일만 해도 S&P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 증가율을 6.6%로 기대했다. 두 달도 채 안돼 월가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2.6%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다음달 2분기 어닝시즌(실적발표 시기)이 본격적으로 개막하면 2분기 실적 추정치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분기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11.4%에서 10.6%, 4분기를 10.9%에서 10.1%로 낮췄다.
<감소 추세인 S&P500 기업의 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
자료: 팩트셋
<감소 추세인 S&P500 기업의 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 자료: 팩트셋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S&P500 지수는 18.15%, 나스닥지수는 27.51% 하락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진데다 2분기 기업 실적까지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미국 모건스탠리는 8월 중후반까지 S&P500 지수가 3400선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종가(3900.86)보다 13% 가까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7배로 10년 평균 수준이라 여전히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인플레, 강달러 등 우려 산적

월가에서 2분기 실적 기대를 낮추는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등에 있다. 모두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요인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에 이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5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6% 상승하며 `1981년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가 집계하는 6월 소비자태도지수는 1978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위축된 소비심리를 반영했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원자재 등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으로 이전하며 이익을 지킬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데이빗 도나베디언 미국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객들이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마트와 타깃 등 유통기업들은 막대한 재고가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S&P500 기업 상당수에게 강달러는 우려 요인이다. 자국 통화 강세는 수출 비중이 큰 기업에는 실적 감소의 원인이 된다. 1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WSJ달러지수는 올 들어 8% 올랐다. 이달 초 MS는 강달러 여파를 반영해 오는 분기(4~6월) 매출과 순이익 가이던스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