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가 10일(현지시간) “내년에 경기 침체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가팔라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 교수는 이날 ‘더 높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란 제목의 투자노트에서 “신차와 에너지 가격에서 기인했던 인플레이션이 지금은 음식과 주거비, 임금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물가가 워낙 뛰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돈을 적게 쓰고 더 싼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8.6% 급등했다. 전달(8.3%)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은 물론 지난 3월(8.5%)을 넘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34.6% 치솟아 2005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전체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5.5% 상승했다.
미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8.6% 급등한 것으로 기록됐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8.6% 급등한 것으로 기록됐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손 교수는 “높은 가격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주거비용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추가 인플레이션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임금과 물가의 소용돌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한 번 시작된 나선이 멈추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건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조만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뒤 노동 시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젊은층은 더 높은 임금과 유연한 근무 이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내년 경기 후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손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감소하면서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Fed가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