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흑해 지휘함 ‘모스크바호’를 잃은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의 격침 주장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보복성 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키이우의 미사일 제조·수리 공장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모스크바호를 격침시킨 넵튠 대함 미사일을 만드는 곳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영 우크라인폼통신도 키이우 바실키우 지역에서 다수의 폭발음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전날 해군의 흑해선단을 이끌던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면서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러시아의 이번 공격이 보복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키이우 일대 병력을 줄이고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이 동부 지역의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키이우에서 철수한 이후 발생한 가장 큰 폭발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 해군의 흑해선단을 이끌던 순양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것으로 지난 14일 확인됐다. 침몰 원인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엇갈렸다. 러시아는 단순한 화재사고로 규정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호 침몰로 러시아가 흑해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 순양함에 큰 피해를 준 것을 확인했다”며 “(모스크바호는) 우크라이나가 새로 도입한 넵튠 미사일 두 발에 피격된 것”이라고 밝혔다. 넵튠 미사일은 옛 소련 KH-35 크루즈미사일을 토대로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해 지난해 군에 실전 배치했다.

러시아는 피격된 게 아니라 항구로 인양되던 중에 악천후를 만나 침몰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 성명에서 “모스크바호에서 악천후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탄약고가 폭발했다”며 “승조원 500여 명은 모두 구조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격침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공습에 의한 침몰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가 활용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마크 칸시안 수석고문도 “사고보다는 대함 미사일에 피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현우/허세민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