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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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산불'을 공급망 위험 요인으로 추가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붕괴 현상의 주범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는 위기의식이 점차 공유되는 분위기다.

구글은 6일 연간보고서 공시를 통해 "공급망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소로 기후변화의 더 다양하고 많은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래 구글은 공급망 위험 요소 섹션에서 '해수면 상승'이나 '홍수' 등 기후변화 위험을 기재했었다. 이번 공시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례를 열거한 것이다.

특히 '산불에 의한 대기질 영향, 산불 예방을 위한 전력 차단'이 추가됐다. 구글은 산불에 대해 "이미 공급망 병목 현상에 영향을 미쳤거나 앞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요소"라고 지목했다. CNBC는 "지난해 대형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미국 주(州) 당국들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었다"고 전했다. 전력 차단 등으로 인해 물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급망 혼란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구글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망 위기의 중장기적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비영리단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극단적인 이상기후 사례 40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70%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했거나 더 악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해동안 미국 전역을 휩쓴 토네이도와 허리케인 아이다, 미 텍사스주 한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홍수 등 전 세계에서는 이상 기온현상이 잇따랐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역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보다는 극단적인 기상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전했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이상 기온으로 인해 생산 및 배송 시간이 늦어지면서 전체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텍사스주에서는 기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레진과 플라스틱 구연산 공급이 차질을 빚는 등 석유화학산업 전반이 대혼란에 빠졌다.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의 제이슨 제이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는 일시적이지만, 기후변화에 의한 공급망 위기는 예측불가능하고 복수적(plural)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