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이 ‘스타트업 허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 기반의 혁신기업이 급증하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중남미 국가의 스타트업 붐을 가속화시켰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8년 4개에 불과하던 중남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은 현재 27개로 늘어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남미는 코로나19에 따른 인구 대비 사망률이 가장 높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스타트업에) 기회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중에선 핀테크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중남미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 중 40%가 핀테크로 향했다. 브라질 핀테크 기업 누뱅크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중남미 금융시장을 장악한 대형 은행과 달리 낮은 대출금리로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회원이 늘어난 것도 핀테크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전자상거래 업체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몸집이 커졌다. 봉쇄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돼서다.

중남미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지역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로부터 200억달러(약 23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이는 2019년보다 4배 늘어난 규모다. 중남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다른 지역보다 많다. 2015년 이후 중남미 스타트업 투자액은 아시아·유럽·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중남미 스타트업에 유독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잠재력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남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술 기업의 시가총액은 4%에도 못 미친다. 중남미 기술 기업이 중국(30%), 인도(14%) 기업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