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에 맞선 투쟁의 상징 인물인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26일(현지시간) 선종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20세기 최악의 정치적 폭압 가운데 하나로 역사에 남은 남아공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에 결연히 맞선 용기와 신념의 화신이었다. 그는 마침내 백인 정권이 종식됐을 때 복수보다는 진실 규명을 전제로 한 용서와 화합을 주창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채 부정부패, 소수자 혐오 등 남은 악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투투 대주교는 1931년 10월 7일 요하네스버그 서쪽 작은 마을 클레르크스도르프에서 태어났다. 교사의 길을 걷던 그는 흑인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분노해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세에 성공회 성직자가 됐다. 이후 1986년 대주교에 임명됐다. 투투 대주교는 반(反)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와 흑인 자유 투쟁의 양대 지도자로 여겨진다. 그는 1997년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뒤 투병해 왔다.

투투 대주교의 선종에 각국 지도자들은 애도를 표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투 대주교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멘토이자 친구, ‘도덕의 잣대’였다”고 기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신과 국민의 참된 종인 투투 대주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비통해한다”며 “정의, 평등, 진실, 화해에 대한 메시지의 힘을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