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2022 세계대전망'

기업 탈탄소 움직임 본격화
에너지 정책 재검토 국가 늘 것
美, 기업 기후대응 공개 의무화

자산 늘어난 노동자 협상력 커져
임금인상 이어질땐 인플레 압력
"기업들 인력 모집 애 먹을 것"

코로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감기 수준 자리 잡을 가능성
변이 바이러스 등장은 위험요소
"탄소중립 가속…원자력발전, 세계적으로 다시 각광받을 것"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지난해 노동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셧다운 여파로 실업률은 빠르게 치솟았고 감염 우려가 없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내년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전망이다.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난 시간에 비례해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코노미스트가 ‘노동계 우위’의 2022년을 예상하는 배경이다. ‘코로나 3년차’인 새해는 정치 경제 환경 분야에서도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자들의 세상 도래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8일 《2022 세계대전망》(사진)을 통해 노동자가 협상 우위를 점하는 이유를 다각도로 짚었다. 각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용 없는 회복’이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편 결과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치 상승으로 노동자의 복귀 유인이 사라지면서 기업은 인력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지원금 등 확장적 재정정책도 노동자의 복귀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택근무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캘럼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 경제부문 선임기자는 “팬데믹 이전보다 사람들이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약 다섯 배 늘어나 행복과 생산성 모두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로봇이 인력을 대체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역전된 협상력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스는 “고용주도 어느 정도의 협상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난 10년간 기업이 대부분 우세했기 때문에 근로자의 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가속…원자력발전, 세계적으로 다시 각광받을 것"

분열된 美와 단합된 中?
내년 11월 미국은 중간선거를 통해 상원의원의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부를 새로 뽑는다. 조 바이든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중요한 선거지만 승산은 낮다는 분석이다. 1934~2018년 치러진 22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하원 의석을 추가 확보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중국의 상황은 다르다. 내년 가을께로 예상되는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할 전망이다. 데이비드 레니 이코노미스트 베이징지국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식 민주주의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반면 중국은 질서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규제는 세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선 빅테크 탄압이 계속되면서 산업군이 전면 개편될 것”이라며 “미국 투자자들은 고평가된 중국 빅테크에 투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꺼져가는 인플레이션·코로나 불길
과열된 인플레이션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를 넘겠지만 상승폭은 점차 둔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 상승의 주범인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면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번 전망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출현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나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 시나리오를 동시에 내놨다. 백신과 치료제 공급으로 확산을 억제할 순 있겠지만 완전한 제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감기와 같은 풍토병 수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나라에선 지역별로 계절마다 불길처럼 번질 것”이라고 했다.
탈탄소, 이젠 실천의 시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70여 개국은 올해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자”고 선언했다. 내년은 ‘약속의 시간’이 지나고 각국이 ‘실천’에 나서는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정책을 재검토하는 국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발전량이 적은 신재생에너지 탓에 화석연료 가격이 오히려 급등하는 ‘그린플레이션의 역설’을 겪었기 때문이다. 패트릭 포울리스 이코노미스트 비즈니스부문 편집자는 “안정적인 전력원의 필요성 때문에 천연가스가 재유행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자력은 세계적으로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단위의 탈탄소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업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스트는 “회의론의 여지가 많지만 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