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폭락하면서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92%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위기에도 승자는 있기 마련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그룹의 주가는 이날 나홀로 약 18% 급등하면서 ‘위기에 강한 종목’으로 꼽혔다. 올해 3분기에 호실적을 거둔 데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성이 두드러지면서 앞으로 매출이 계단식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기술株 폭락에도…마벨은 폭풍질주

데이터센터 등 사업 성장성 높아

1995년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 설립된 마벨은 통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다.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부품 수요가 늘고 5G와 커넥티드카 관련 매출이 증가하면서 주가도 올 들어 80%가량 급등했다.

마벨의 주력 사업은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클라우드 업체가 데이터센터 확대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관련 기업을 인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미국 네트워크 반도체 기업 인피를 100억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올해 클라우드용 이더넷 스위치를 만드는 업체인 이노비움도 11억달러에 인수했다.

그 결과 올 3분기에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약 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로 가장 크다. 마벨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유효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반도체 부문은 5G 시장의 강자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중 갈등으로 위축되면서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마벨은 삼성전자와 노키아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 두 업체의 점유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매출이 6000만달러 늘어난다고 밝혔다.

최근 마벨은 성장성이 높은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자동차가 하나의 거대한 전자제품인 커넥티드카로 바뀌면서 이더넷 반도체 등의 수요가 급증해서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올 3분기 기준 64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6% 늘었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2년 전만 하더라도 마벨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의존도가 32%에 달해 마진 압박에 시달렸다”며 “하지만 데이터센터, 5G, 차량용 반도체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전망이 밝아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B2C 매출은 전체 매출의 15%에 불과하다.

매출 5분기 연속 상승 전망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난 1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1억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주당순이익(EPS)은 0.4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월가의 전망치인 0.39달러보다도 높았다. 마벨에 따르면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사상 최대치인 약 13억2000만달러다. 향후 5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마벨은 한국 국민연금이 올 2분기에 유일하게 새로 사들인 미국 주식이기도 하다. 당시 국민연금은 제너럴일렉트릭(GE) 주식을 모두 팔고 마벨 주식 약 110만 주를 매입했다. 지난 9월에도 약 1만3000주를 추가 매수해 현재 마벨 지분의 약 1.18%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의 칼 애커먼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은 내년에 더 나은 실적을 낸다는 신호이며 사업 확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마벨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마벨의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과소평가됐다”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정보업체 팁랭크에 따르면 마벨에 대한 월가의 투자 의견은 ‘강력 매수’다. 애널리스트 23명 중 21명이 마벨에 ‘매수’ 의견을 내놨다. 향후 1년 동안의 목표 주가는 99.25달러로 제시했다. 3일 종가(83.59달러) 대비 약 19%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