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천연자원의 땅’ 추코트카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계 첫 해상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데 이어 핵연료로 운항하는 쇄빙선도 개발하고 있다. 이 지역을 북극항로의 해상 무역 관문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북동부 추코트카에 있는 항구도시 페베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추코트카는 면적이 73만7700㎢로 남한의 7배에 이르지만 인구가 4만9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러시아 최동단 지역이다. 춥고 바람이 많아 척박한 땅이다. 옛 소련 시절 페베크는 강제수용소로 더 유명했을 정도로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이다.

버림받은 땅이던 추코트카는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 보고로 알려지면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5월 페베크에 세계 첫 해상 원전 가동을 시작했다. 2023년 완전 가동되는 이 원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마이스코예 금광과 러시아 최대 주석 매장지 피르카카이 등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은 10년간 해상 원전 4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합리적 비용으로 60년간 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추코트카에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페베크를 북극항로의 상업 선박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페베크항이 얼지 않는 때는 1년 중 4개월뿐이기 때문에 로사톰은 핵 원료를 활용하는 쇄빙선을 건조하고 있다. 5년 안에 겨울에도 쉬지 않고 북극항로를 오가는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뒤 줄곧 북극 패권을 잡는 데 집중해 왔다. 2017년 북극항로로 천연가스를 처음 수출하면서 북극을 향한 야심을 세계에 드러냈다. 2000년 150만t에 그쳤던 북극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3300만t으로 늘었다. 대부분 가스와 석유다. 로사톰은 10년 안에 러시아의 모든 해상 물류가 북극항로로 이동해 1억1000만t 넘는 물자가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27~28일 걸린다. 남태평양을 거쳐 수에즈 항로로 가면 40일 소요된다. 쇄빙선을 활용해야 하지만 북극항로 길이가 짧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