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원인이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과 맞물려 있어 금리 인상이 뾰족한 해법은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파동)의 악몽을 거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영국과 캐나다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데 비해 나머지 국가는 내년까지 금리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공포 덮친 英·캐나다, 금리 인상 '만지작'

영국·캐나다 금리 인상할 듯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23개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G7 중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는 영국(현재 연 0.10%에서 내년 연 0.25%)과 캐나다(연 0.25%→연 0.50%) 등이 꼽혔다.

영국은 최근 천연가스 등의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의 대표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마이클 손더스 위원은 이날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조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이달 추가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G7 국가는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게 될 인사 중 매파 비중이 낮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최근 새 정부가 출범한 일본도 기준금리를 유지하며 경기 부양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기준금리 인하(연 3.85%→내년 연 3.75%)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헝다그룹발 부동산업계 위기, 전력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달이나 다음달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기준금리를 인하한 터키는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리라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세계 10대 거래 통화 보유국 중 처음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노르웨이는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원유 부국이라 낮은 기준금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을 만큼 통화정책에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준금리를 높인 뉴질랜드와 한국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에 들었다.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어려운 러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오일쇼크 재림한 느낌”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밥 프린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상황이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친 시기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11월물 기준)은 지난 8일 장중 80.11달러까지 오르며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같은 날 브렌트유 선물도 0.72% 오른 배럴당 82.54달러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린스 CIO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며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에는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제어와 경기 하강 중 중앙은행이 택할 수 있는 차악은 인플레이션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공급망 교란까지 겹치며 각국의 통화정책이 더 갈피를 잡기 힘들게 됐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이어 인구대국 인도마저 석탄 부족에 따른 전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