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10억여 명의 금융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중국 국유기업과 함께 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합작 신용정보회사가 세워지면 앤트그룹의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사용자 10억 명 이상의 금융정보가 중국 당국 관할권 아래로 들어간다. 합작 신용정보회사는 이르면 3분기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앤트그룹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에 소비자 정보를 내놓으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텐센트, 음식배달업체 메이퇀, 승차 호출업체 디디추싱 등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은 플랫폼에서 수집한 소비자 정보를 금융업 등에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중앙은행이자 금융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인민은행이 합작 신용정보회사 설립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합작사 경영진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은 인사가 맡을 예정이다. 정보 관리 역시 당국이 주도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에선 인민은행이 개인과 기업의 은행 대출 내역 등을 취합해 신용도를 평가한다. 은행 대출이 없거나 대출을 받지 못한 소비자의 신용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앤트그룹은 모회사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서 소비자들이 거래한 내역을 기초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대한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은행 대비 대출 규모를 늘리면서도 연체율은 낮춰 7억 명에 달하는 소액대출 고객을 확보했다.

빅테크 중에서도 금융업 규모가 가장 큰 앤트그룹은 마윈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감독 기조를 비판한 이후 ‘시범 케이스’에 걸려 금융 규제를 가장 먼저 받고 있다. 앤트그룹은 최근까지 고객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유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에 결국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한편 블랙록은 중국 정부의 빅테크 견제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독점 심사, 금융업 규제, 정보 공유 요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국 플랫폼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루시 류 블랙록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비교적 규모가 작아 정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플랫폼 기업들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