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자동차 가구 전자제품 등 상품 소비를 줄이는 대신 여행 레저 식사 등 서비스 소비를 늘리고 있다. 경제 재개 확대와 맞물려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5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1.3%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0.6%)와 블룸버그통신 전망치(-0.8%) 대비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컸다.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발표됐던 4월 소매 판매는 0.9% 증가한 것으로 수정됐다. 3월엔 1인당 1400달러의 ‘코로나19 지원금’ 덕분에 소매 판매가 11.3% 급증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지난달 건설자재 및 정원용품 판매는 4월보다 5.9% 줄었다. 잡화점 지출도 5%가량 감소했다.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난 상품은 의류와 관련 액세서리(2%)였다. 또 식당과 주점 소비도 전달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계컨설팅 업체인 그랜트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중 외출용 옷이나 식당, 음식 등에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며 “경제 재개와 함께 서비스 부문에 대한 소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보분석 업체인 어니스트리서치가 신용·직불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카지노 지출은 전달 대비 17% 급증했다. 볼링장 등 실내 오락시설과 테마파크 등에서의 지출은 9%, 체육관 지출은 4% 각각 늘어났다.

상품 소비는 줄었지만 생산자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이날 노동부가 공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전달 대비로는 0.8% 상승해 시장 예상(0.5~0.6%)을 웃돌았다. 기업의 원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월가의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의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 현상이란 중앙은행(Fed) 견해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4∼10일 펀드매니저 등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73%는 “물가 상승세는 조만간 완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