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등 백신 제조사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지만 지재권 면제가 현실화하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면제를 포함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에 백신 공급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지금은 그것(지재권 면제)이 다양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우리는 뭐가 가장 합당할지 평가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백신 생산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재권을 면제해 다른 나라에서도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도울지, 미국 내 백신 생산을 늘려 다른 나라와 공유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날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제조사와 논의를 벌였다. 제약사들은 지재권 면제보다는 백신 생산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약사는 중국 러시아가 백신 기술을 탈취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밝히며 지재권 면제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인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백신 특허를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어 미국 정부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도에 백신을 직접 보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언제 백신을 인도에 보낼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이 인도에 백신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인도가 비공식 협의체 ‘쿼드’ 참여국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인도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쿼드를 구성하고 있다. 쿼드 국가 간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백신 외교’다. 미국 일본 등이 자금과 원료를 지원하고 인도가 백신을 생산해 인도·태평양 국가에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