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가 2045년까지 석유와 가스 채굴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3년 뒤부터는 수압파쇄(프래킹) 방식의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 논란이 불가피한 데다 기후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최근 주 지질에너지관리부에 2024년 1월부터 수압파쇄 신규 허가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대기자원위원회(CARB)에는 석유 및 가스 채굴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2045년엔 완전히 멈추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섬 지사는 “기후위기는 현실”이라며 “교통 부문의 탈탄소화를 신속히 이행할수록 아이들에게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석유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주상원의원 2명은 수압파쇄 금지 법안을 발의했으나 과반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지하 퇴적층인 셰일층 암석을 고압으로 깬 뒤 석유 등을 얻는 수압파쇄 방식은 그동안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켜왔다.

캘리포니아는 한때 미국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주였다. 지난해 원유 생산량은 정점이던 1985년보다 68% 적지만 여전히 미국 주 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최대 수출품은 전기자동차다. 뉴섬 지사는 2035년 이후 주 내에서 휘발유차 판매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유산업 종사자가 많은 데다 석유·가스업계의 영향력도 막강한 만큼 그의 계획이 현실화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서부석유협회(WSPA)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정유산업 인력은 15만2000여 명에 달한다. 수압파쇄 방식이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협회는 성명을 내고 “(주지사의) 해롭고 불법적인 지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