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뒤 혈전 발생 잇단 보고
獨·佛 등 세계 20여개국 접종 멈춰
유럽의약품청, 18일 위험성 결론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백신을 맞고 혈전(혈액 응고)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조만간 나올 유럽의약품청(EMA)의 백신 위험성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Z 백신 부작용 우려 커지는데…국내 방역당국 "접종중단 검토 안해"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의 부작용이 접종 효과를 넘어서면 안 된다”며 “AZ 백신의 1·2차분 접종을 일단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EMA 판단이 나올 때까지 AZ 백신 접종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며 “EMA가 우호적으로 평가해 접종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AZ 백신을 맞은 뒤 여러 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슬로베니아도 이날 AZ 백신 접종 중단 조치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유럽연합(EU)에서 AZ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한 국가는 19개국에 달한다. 아시아에선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아프리카에선 콩고가 AZ 백신의 추가 배포를 금지했다.

세계 각국에서 ‘AZ 백신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 이 백신을 맞은 1700만여 명 중 지금까지 37명에게서 혈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AZ 백신의 예방률이 62~70%로 미국 화이자(95%)와 모더나(94%) 백신보다 떨어지는 점도 불신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와 EMA는 AZ 백신과 혈전 형성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는 이날 “각국에 백신 접종을 계속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 역시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며 “16일 안전성위원회를 열어 추가 정보를 검토한 뒤 18일 회의에서 AZ 백신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3개 백신에만 사용 허가를 내준 미국은 뒤늦게 AZ 백신에 대한 임상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AZ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고 모든 게 잘된다면 식품의약국(FDA)이 한 달쯤 후 긴급 사용을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선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올 2분기까지 국내에 들어올 백신 1779만3000도스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67만6000도스로 60%를 차지한다. 이 중 접종에 사용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8만 도스 정도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중단되면 전체적인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당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박영준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세계 3억 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간 관련성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이지현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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