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서 마스크 착용 안내문 보냈다가 발칵…중등학교는 규정 모호
야외에선 마스크 거의 안 써…백신접종만으로 '자유' 되찾을지
[특파원 시선] 어린이들은 마스크 쓰지 말라는 영국
최근 영국에서는 8일 등교 재개를 앞두고 일부 교육청과 학교에서 초등학생 마스크 착용을 안내했다고 소란이 일었다.

일간 텔레그래프지는 초등학교 두 곳에서 정부 지침을 어기고 마스크 착용 가정 통신문을 보냈으며, 한 학부모단체에서 당국에 조속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단독'을 붙여 보도했다.

더 선도 런던 동부의 한 교육청이 정부 지침에 어긋나게 관내 56개 초등학교에 만 4세 아이들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고, 가디언도 당국이 이 사안에 개입했다고 후속 보도를 했다.

인디펜던트지도 '아동 학대'라는 표현을 써가며 어린이 마스크 착용이 증가하는 분위기를 비판했다.

[특파원 시선] 어린이들은 마스크 쓰지 말라는 영국
실제 영국 정부의 지침을 보면 만 11세 미만 어린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만 3세 미만은 건강과 안전 이유로 착용이 권고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도 심각한 상태가 될 위험이 적은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사회화와 교육 등에서 잃는 것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위 기사들에 따라 붙어있다.

이런 지침에 따라 학교뿐 아니라 대중교통, 슈퍼마켓 등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공간에서도 부모는 마스크를 쓰지만 아이들은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야외에서는 어른들도 써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대부분 쓰지 않는다.

[특파원 시선] 어린이들은 마스크 쓰지 말라는 영국
사실 영국 정부지침에서 정확한 표현은 마스크가 아니라 얼굴 가리개(페이스 커버링)로, 스카프, 큰 손수건(밴다나), 수제작 천 가리개 등 얼굴과 코를 안전하게 가리고 얼굴 옆쪽에도 잘 맞는 것은 모두 해당한다.

[특파원 시선] 어린이들은 마스크 쓰지 말라는 영국
영국은 올해 초 하루 신규 확진자가 7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코로나19 사태를 호되게 겪었다.

1월 초부터 3차 봉쇄에 들어가서 학교도 원격 수업을 해왔다.

슈퍼와 우체국 등만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식당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기 때문에 번화가에 가면 세상이 멸망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봉쇄 정책과 백신 접종을 동시에 진행하며 확진자가 많이 줄었고 정부는 첫 완화조치로 등교 재개를 결정했다.

12월 방학 이후론 학교에 가지 않았으니 거의 석달 만에 학교에 가는 날을 앞두고 기대가 크지만 걱정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난해 가을 확진자가 천 단위에서 몇만 단위까지 껑충껑충 늘어난 것은 아이들을 통해 부모·조부모들이 감염됐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소수의 초등학교에서 정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마스크를 쓰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파원 시선] 어린이들은 마스크 쓰지 말라는 영국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중등학교(세컨더리)에서는 마스크를 쓰란 건지, 안 써도 된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지난달 하순 등교 재개 방침에 관한 전망 기사가 나올 때는 중등학교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딱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2m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우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쓰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학생이 수업을 못 받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과 떨어져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텔레그래프지는 '마스크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라고 보도했다.

[특파원 시선] 어린이들은 마스크 쓰지 말라는 영국
영국은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오면서 작년 말부터 코로나19 통제 불능 상태가 돼서 세계적으로 망신을 샀으나 최근에는 백신 접종자가 2천만명을 넘어가고 봉쇄 해제 로드맵이 나오면서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나라에선 영국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입국을 제한하지만 영국에선 국경 통제를 더 강화해서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를 막으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여름 휴가철 유럽이나 카리브해 등으로 항공기 예약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백신을 향한 믿음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정부 예측대로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6월 21일에 봉쇄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을 예정이다.

영국 정부의 백신 1차 접종 완료 목표시기가 7월 말인데 마스크 없이 'D-데이'에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