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기업들의 '숲 가꾸기 프로젝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로열더치셸을 비롯한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들이 산림 등 자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량 규제에 나서면서 ‘자발적 탄소 상쇄권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탄소 상쇄권은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은 온실가스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BP는 지난해 말부터 500만달러(약 54억원)를 들여 미국 탄소관리기업인 피니트카본에 투자하고 있다. 피니트카본은 산림 토지주와 탄소배출기업을 연결해주는 업체다. 수수료를 받고 특정 숲의 탄소 흡수량을 의뢰 기업 명의로 돌려 그만큼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해준다. 북미 일대에서 총 300만에이커(약 1만2140㎢)에 달하는 숲 40여 곳을 관리하고 있다. BP는 “앞서 탄소 배출량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피니트카본의 탄소 상쇄권을 수차례 구매했다”며 “앞으로 자발적 탄소 상쇄권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은 숲과 습지 등 자연 기반 탄소 감축 분야에 향후 1~2년간 연평균 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엔 호주 농가 소유 토지를 용도변경해 감축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탄소관리기업 셀렉트카본을 인수했다. 프랑스 토탈도 자연 기반 탄소 감축 사업에 투자액 1억달러를 배정했다.

던컨 판 베르겐 로열더치셸 자연솔루션부문장은 “각국이 탄소 감축량 제한을 걸고 있는 만큼 탄소 상쇄권 관련 투자가 좋은 경영전략이라고 본다”며 “2030년이나 2035년께엔 탄소 상쇄권 시장이 본격 실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열더치셸은 2050년 유럽연합(EU) 역내 시장 기준 탄소 상쇄권 가격이 현재 30유로의 두 배가 넘는 70유로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상쇄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제표준도 없어 아시아, 유럽, 미주 등 지역마다 권리 산정 방식과 가격이 다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자발적 탄소 상쇄권 시장은 3억달러 규모였다. 1억4000만 이산화탄소등가환산톤(CO2e/t)이 거래됐다. 반면 작년 에너지업계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330억t에 달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