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범정부 차원의 기업 평가 시스템 구축을 구체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을 제재하는 ‘중국판 블랙리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지난 8일 컨설팅사 트리비움차이나에 의뢰해 작성한 ‘중국의 기업사회신용시스템(CSCS)’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경영진 탈세, 사업장 사고 등 사회적 책임으로 기업 신용도를 평가하는 CSCS를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치안, 사법, 금융, 세무 등 44개 중국 국가 기관이 기업과 관련해 쌓아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있다. UCESRC는 “미국으로 치면 국세청, 연방수사국(FBI), 식품의약국(FDA), 환경청, 법원, 경찰 등이 한 플랫폼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와 은행, 소비자, 다른 기업 등이 CSCS를 활용하면 자국 경제가 더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 제도가 자의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화웨이 등을 제재한 데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지난 9월 중국 상무부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규정을 내놓았으며, 애플과 시스코, 보잉 등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미국 기업이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 기간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일 중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 외교부는 10일 홍콩이나 마카오를 방문하는 미국 외교 여권 소지자에 대한 비자 면제 대우를 취소한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주중 미국 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동성애자라는 점을 들어 중국 누리꾼들이 그를 ‘38세 여성’이라고 표현하는 등 희화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여론의 말을 빌려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자주 써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