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기간만 23일…오판도 허다"
CNN "당국 발표 내용과 문건 내용 불일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12일 산시성의 한 스테인리스스틸 공장을 찾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조업 재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작성한 117쪽짜리의 이 문건에 따르면 후베이성에서 지난해 12월 '유행병'(epidemic)으로만 표기된 환자들이 보통 때의 2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우한뿐 아니라 이웃 도시 이창과 셴닝에서도 환자가 속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독감처럼 보이는 이 유행병의 첫 환자는 작년 12월1일 발생했다.
특히 이 문서에는 올해 2월7일자와 3월7일자의 코로나19 현황 자료도 게재됐는데, 당시 중국 당국이 밝힌 내용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올해 2월7일 기준 전국의 신규 확진자가 2478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날 기준 후베이성 보건당국에서 집계한 신규 확진자 수는 5918명이었다. 정부 발표치의 2배가 넘는 수치다.
3월 7일자 자료에서는 사망자 수치가 축소 공개된 사실이 나타난다. 당시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후베이성 내 사망자 누계는 2986명이었으나, 현지 보건 당국은 총 사망자를 3456명으로 집계했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철에 탑승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신종 질병을 다룰 때 겪는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23일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며 "진단이 이처럼 지연됐기 때문에 당국이 적시에 필요한 개입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용된 진단 장비 자체 역시 정확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10일 자로 표기된 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감사 자료는 해당 장비가 양성 사례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문건에는 정부 내 관료주의 때문에 후베이성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제한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역학 조사, 예방정책 마련, 정책 제안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윗선에서 내린 과제를 수동적으로 수행했고 전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후베이성에서 예년의 20배 규모에 이르는 독감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 정부가 마련한 보건정보 네트워크가 속도가 현저히 느려 사용에 지장이 있었다는 점 등이 문건에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시 가장 보수적인 기준으로 잡아 수치를 공개했다.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선전하는 대형 전시장이 개장한 가운데 입장객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문건들은 익명을 요구한 내부 고발자가 CNN에 제공한 것으로, 6명의 독립된 전문가가 진본임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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